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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O2O 남성의류 업체 스트라입스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원을 보내 신체 치수를 측정하고 패션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옷은 7∼12일 안에 택배로 배송된다. 2013년 매출 약 1억 원에서 시작해 2016년 매출 90억 원을 바라보는 이 업체의 성장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 분석과노가다를 결합한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 최대 100종의 광고 컷을 페이스북에 매일 노출시켜서 비용 대비 성과를 측정한 후 상위 20%만 남기는 일을 반복. 홍보예산의 80%를 페이스북에 집중.

2. 스타일리스트 역할 강조: 판매 인센티브제와 교육을 통해 고객의 첫 회 구매금액을 10만 원대에서 20∼30만 원대로 끌어올림.

3. 튼튼한 IT 기반: 이공계들이 만든 스타트업답게 8명의 개발자 보유. 기존 패션업계에서 보기 힘든 통합형 IT 시스템을 구축. 마케팅부터 주문, 발송, 고객 서비스까지 한 화면에서 관리.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노서영(칭화대 국제정치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서울에 살고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30대 남성이라면 분명스트라입스(Stripes)’라는 남성복 업체의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있는 곳으로 스타일리스트가 찾아와서 치수를 재고, 옷은 집으로 배달해준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의 타깃 광고에 거의 모든 홍보활동을 집중한다.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이 회사가 얼마나 많은 광고비를 페이스북에 쓰고 있기에 이렇게 자주, 많이 노출되는 것인지, 또 이 광고가 과연 얼마나 매출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2016년 초여름, 어느 주말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보자. 이승준 대표와 직원들은 동해안 낙산해수욕장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회의도 하고, 회식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광고에 쓸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패션모델처럼 흰색 양복과 페도라 모자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남자 직원들이 해변을 배경으로 서서 포즈를 잡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물론 직원이다. 워크숍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이 대표와 마케팅 담당자들은 잘 나온 컷들을 골라서 페이스북에 들어갈 광고를 만들어 올렸다.

 

월요일 오후, 이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각각의 광고가 얼마나 많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였는지를 확인했다. 이 중에서 특별히 사람들의 클릭을 많이 유도한 광고 몇 개만을 남겼다. 그리고 새로운 사진들과 새로운 광고문구로 추가 컷들을 만들었다. 이렇게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차례에 걸쳐 테스트하고 최적화해서 재배치했다. 4일 동안 페이스북에 올라간낙산 해수욕장편 광고 컷은 260종이었다.

 

이처럼 스트라입스에서는 하루 만에 혹은 반나절 만에 온라인 광고를 수십 개씩 올렸다 내리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많을 때는 한 번에 100가지 종류의 광고가 페이스북에 올라간다. 바로 바로 지표를 확인하면서 효과가 좋은 상위 20%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이런 일을 끝없이 반복한다. 낙산해수욕장 편의 경우, 각각의 광고는 도달 수(reach, 광고를 본 사용자의 수)에서 100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같은 위치에 광고를 내더라도, 또 비슷한 사진이나 문구라 하더라도 미묘한 어감이나 분위기의 차이에 따라 효과가 크게 차이 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여 년간 이런 노력을 통해 스트라입스는 방문신청 CPA 4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온라인으로만 남성복을 파는 업체 중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창업 첫해 매출은 약 1억 원이었고 2015년은 약 40억 원, 2016년은 약 9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네 명이었던 직원 수는 120명을 넘어섰다. 2015년 말에는 셔츠 공장을 인수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수직 구조를 갖췄다. 대표적인 저()마진, 레드오션 시장인 의류 산업에서 스트라입스가 성과를 내고 있는 데에는 페이스북 광고와 온라인/오프라인 시스템의 절묘한 결합이 결정적이었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이른바 O2O(online-to-offline) 사업을 시도하는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스트라입스의 전략과 운영을 들여다봤다.

 

 

 

CEO 선발대회로 시작한 비즈니스

스트라입스는 2013 1월 이승준 대표와 이창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벤처캐피털 업체인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투자와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남성용 의류만 판다. 창업 초기에는 맞춤 셔츠를 파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후 코트, 양말, 구두, 캐주얼 의류, 액세서리 등으로 점차 사업영역을 넓혔다. 타깃은패션에 지식이 많지 않은 평범한 남성이다. 현재는 캐주얼 의류의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다.

 

이 대표가 원래부터 의류사업에서 성공하겠다는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서강대에서 수학과 경영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전자공학과 연구실에서 네트워크 이론을 공부한 이공계인이었다. 사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병역특례근무 시절이었다. 당시 삼성전자와 아이리버 중에서 고민하다가 아이리버를 택했다. 삼성전자는 개발, 아이리버는 기술기획 업무직이었는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 사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리버는 2000년대 후반 당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시도해보고 있었다.

 

그가 아이리버에서 주로 맡았던 제품은 전자책 리더(ebook reader)였다. 크지 않은 회사였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었기 때문에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전자책 신제품의 프로젝트 매니저(PM) 역할을 하면서 기획, 디자인, 원가관리, 재무, 고객서비스까지 사업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는 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지가 대표인 줄 아네’ ‘CEO병에 걸렸구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친한 사람들은 농담으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비아냥의 의미로 한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이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태도가 용인이 되는 회사였다. 전투적으로 일하면 굉장히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1)

 

아이리버는 이 대표에게 사업적인 경험과 함께 좋은 파트너도 선물해줬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입사 동기 이창훈 UX 기획자와 여러 부분에서 마음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4년 다닌 회사를 함께 그만뒀다. 그리고 작은 사무실을 빌려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승준, 이창훈 두 명은 사회의 눈으로 보면 아직 사회 초년생에 가까웠지만 자신감은 가득했다. 2012년 무렵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IT 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었고 벤처캐피털과 인큐베이터 등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도 다양해지고 있었다. 이들은 먼저 남성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소개해주고 외부 쇼핑몰에 연동해주는오디너리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여러 가지 패션 아이템을 조합해서 하나의세트를 만들게 해주고, 거기서 판매가 일어날 경우 세트를 만든 사람에게 일정한 수준의 커미션을 주는 모델이다. 미국의 폴리보어(Polyvore)라는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획만 했을 뿐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당시 급성장하고 있던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이른바 소셜커머스 사업모델을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딱히 묘안은 나오지 않았다.

 

둘이서 그렇게 퇴직금을 조금씩 까먹고 있던 와중에 벤처캐피털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CEO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말이었다. 사업 기획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털이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와는 달리 패스트트랙아시아의 CEO 프로그램은 좋은 사람을 먼저 선발한 다음에 그에게 맞는 적절한 사업 아이템을 찾아주는 방식이었다. 이른바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었다.2)

 

당시 CEO 프로그램 면접을 본 것만 200팀 이상이었고 서류 접수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오디션의 주제는 패션 사업이었다. 지원자는 자신들만의 아이템을 가지고 오디션을 볼 수도 있었고, 딱히 사업 아이템이 없는 지원자는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제시하는 미국의 사업 모델을 가지고 한국에 적용할 방법을 제시하도록 주문받았다. 이승준-이창훈 팀은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제시한 여성용 주얼리 사업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자기만의 사업 아이템도 없던 팀이 200 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실행 능력이었다.3) 오디션 주제를 받고 이틀 안에 기획안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와 다른 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서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승준-이창훈 팀은 직접 이대 앞에 나가서 지나가는 여대생들에게 커피를 사주면서 인터뷰했고, 또 종로 일대의 금은방을 돌아다니며 시장을 탐색하는 등 발로 뛰는 성의를 보였다.

 

이틀의 시간을 시장 조사에 거의 다 썼고, 발표용 파워포인트 파일은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다. 이런 점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 역시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오디션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얼마나 신선하고 새로운지를 보는 투자자보다는 실행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는 투자자를 만나고 싶었다는 것이다.

 

투자유치가 확정되고 패스트트랙아시아와 함께 두 달가량 사업 아이템을 검토했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패션 관련 사업 아이템을 수십 가지 들여다봤다. 처음에 생각했던 여성용 패션 아이템 사업은 일찌감치 접었다. 본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잘 아는 남성용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했고,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인 셔츠에서 승부를 보자 싶었다. 회사 이름도오디너리에서 남성복에 어울리는스트라입스(줄무늬)’로 바꿨다.

 

 

제조업에 온라인 사업의 사고방식을 투영

제작 역량도 없고, 브랜드도 없고, 판매망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셔츠 업체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주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이때 아이리버 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을 줬다. 맞춤 셔츠나, 전자책 리더나 결국 기본은 제조업이다. 이 대표가 생각했을 때 제조업의 핵심은 재고 관리였다. 아이리버 근무 시절 재고관리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났고, 이는 의류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남성용 셔츠를 기성품으로 판다고 하면 최소한 5개 사이즈가 필요하다. 각 사이즈당 300개 이상의 주문을 넣는다고 하면 총 1500장의 셔츠 재고를 처음부터 안고 가야 한다. 이런 재고의 부담은 결국 판매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유명 브랜드 남성 의류의 경우 보통 10∼20%만이 백화점과 정규 매장에서 정가에 팔린다. 40∼60% 정도는 세일가격에 팔리고, 그 나머지는 2차 유통채널인 아웃렛 매장으로 넘어간다. 아웃렛에서도 팔리지 않는 최종 10% 정도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각로에서 태워지거나 상표가 제거된 채 ㎏ 단위로 무게를 달아서 해외로 수출되는 운명을 맞는다.4) 투자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재무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런 부담을 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해결책은 맞춤 셔츠였다. 고객의 사이즈를 잰 다음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한다면 재고 부담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물론 제작부터 발송까지 짧은 기간 동안의 재고 발생은 막을 수 없지만 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부담이다. 또 시장 조사에도 자신이 있었다. 이 대표 스스로가 평소 시내의 여러 숍에서 맞춤 셔츠를 주문해서 입어왔기 때문에 어떤 셔츠가 좋고 나쁜지,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생각했다.

 

대신 맞춤 제작으로 외주를 주면 대량 주문을 할 때보다 제조원가가 높아진다. 그래도 원가는 열심히 노력하고 매출이 커지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재고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재고는 물건을 팔아야만 해결이 됩니다. 망하는 기업의 대다수는 만들어 놓은 물건을 팔지 못해서입니다. 제조상의 문제는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판매가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이 대표의 당시 생각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였다. 스트라입스 팀이 벤치마킹으로 삼고 조사한 해외 업체들은 주로 구매자 본인이 가슴둘레, 목둘레, 팔 길이 등을 측정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그것도 자기 자신의 몸을 측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사용됐다. 어떤 미국 업체는 고객이 음악 CD를 한 장 가슴팍에 들고 셀카 사진을 찍어서 보내게 했다. CD의 크기와 몸의 비례를 사진상으로 확인해서 사이즈와 핏(몸에 잘 맞는 정도)의 정확도를 보완한다는 개념인데, 이런 방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역시 체형에 맞는 옷을 맞추려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객을 만나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셔츠 하나 팔아서 수익을 남길 수 없다.

 

하지만 스트라입스 팀은 이 방문 측정 방식도 장기적으로는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만 한다면. 일단 회원을 모으고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놓으면 두 번째 주문부터는 마케팅 비용이 0에 수렴한다. 제조 원가에만 신경 쓰면 된다. 재구매, 재재구매 비율이 올라갈수록 마진도 계속 올라간다. 또 온라인으로 셔츠를 사는 남성들은 대부분 패션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이즈를 측정해주는 스타일리스트가 치수를 재면서 적절히 패션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면 고객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 아이리버의 전신인 레인콤은 1999년 삼성전자 직원 6명이 퇴사해 만든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업체다. 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한 MP3 플레이어를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만들었다. 2009년에 사명을 아이리버로 변경했고 MP3 플레이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전자사전, 전자책, 스마트폰, 프리이엄 음향기기 등에 진출했다. 2014 SK텔레콤이 최대 지분을 인수했다.

2) 스트라입스 팀은 CEO 프로그램 2회에 참가했다. 스트라입스 외에 모바일 의료정보 서비스인굿닥’, 농수산물 직거래 서비스헬로네이처등이 이 프로그램에서 배출됐다.

3) 월간 마이더스 2013 12월 호,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인터뷰.

4) DBR 134(2013 8) ‘강자와 맞대결 피하고 가치소비자 공략. 가리봉동을 쇼핑허브로 만들다’ (조진서, 김주영) 참고.


고객의 사이즈를 측정할 스타일리스트는 여성으로 뽑았다. 아무래도 남성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3 4, 드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한 전 직원이 강남역 거리와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교들, 또 취업 박람회장을 찾아 셔츠 사이즈를 측정해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호응이 좋았다. 길게 줄이 늘어섰다. 길거리에서는 공무원들의 단속을 받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단 한 달 만에 2000명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중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치수까지 잰 사람 중에 10% 정도는 구매 주문을 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 강남역 등지에서 사이즈를 측정했던 2000명 중에서 셔츠를 한 벌이라도 주문한 사람은 20명에 불과했다. 그 절반은 임직원의 지인들이었다.


 


2013 4월 한 달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렸다. 이대로 가면 망할 수밖에 없었다. 5월에는 사업 방향을 바꿨다. 길거리에서 소비자를 직접 끌어들이는 B2C가 아니라 기업의 단체 구매를 노리는 B2B 영업을 택했다. 이승준 대표와 이창훈 COO를 비롯, 직원들의 인맥을 총동원했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형님, 저희가 회사로 찾아가서 단체로 셔츠 사이즈를 측정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제안했다. 다행히 젊은 스타트업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셔츠를 많이 입는 보험사 지점 같은 곳에서도 매출이 많이 일어났다. 지점장에게 정성스러운 손 편지라도 써서 전달하면 효과가 더 좋았다. 이렇게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보였다. 인맥이 점점 바닥났고 더 이상 전화를 돌릴 곳이 없어졌다.


 


약 석 달 동안 인맥을 총동원한 B2B 영업을 하면서 경영진은 뜻밖의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웹사이트에 있는 연락처를 보고 e메일을 보내와 개인적으로 셔츠를 맞추겠다는 사람들이 몇 명씩 생겼다. 한두 명씩 셔츠를 맞춰봐야 발 품만 많이 팔아야 하고 매출에 큰 도움은 안 됐지만, 그래도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이렇게라도 불러주는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고마웠다.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을 이런 개인 고객들 전담으로 정했다.


 


그런데 버리기엔 아깝고 붙잡자니 매출엔 큰 도움이 안 되는 개인 고객들을 담당한 이 스타일리스트의 실적에서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 길거리나 취업 박람회장 등에서 사이즈를 측정해줬을 때, 혹은 인맥을 통한 B2B 영업을 했을 때는 사이즈만 측정하고 주문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스스로 먼저 연락을 해 와서 사이즈 측정을 요구한 고객은 열이면 열, 모두 주문을 넣었다. 게다가 B2B 영업에서 만난 고객들은 대부분이 셔츠 한 벌씩만 주문했는데, 스스로 연락해온 개인 고객들은 평균 두 벌씩 주문했다. 한 벌 가격이 평균 5만 원 정도였으니 한 명당 매출 10만 원씩을 가져다 준 것이다.


 


이런 경향이 뚜렷해지자 스트라입스는 다시 한번 사업 방향을 선회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의 기둥이었던 B2B 사업을 전면 중지하고,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라는 방식의 B2C 전략을 채택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물론 마케팅에도 새로운 전략을 도입해야 했다. 알음알음 입소문에만 의존하다가는 평생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빠른 시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스트라입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선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마케팅이 필수였다. 온라인 광고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방문신청을 받으면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의 직장이나 고객이 있는 곳 근처의 커피숍 등 공개된 장소로 가서 치수를 잰다.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온 아이패드 태블릿으로 옷을 주문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돈을 벌려고 노력하다보니 저절로 이렇게 O2O 비즈니스 모델이 구성됐다.


 


 


페이스북 마케팅에 최적화


2013년 말 당시 한국에는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등 한국형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계 서비스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지만 젊은 층에서는 점차 페이스북이 주도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주목했다. 주 고객층인 20∼30대 남성들의 페이스북 사용 비율이 높았고, 또 아직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광고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광고비가 다른 온라인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돼 있었다.


 


무엇보다도 실시간으로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공계 출신 이 대표에게 매력적이었다. 페이스북은 다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나 인터넷 포털과는 달리 광고를 보는 사람의 프로파일을 세부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울에 사는 20대 남성, 관심사는 패션과 비즈니스와 같은 식으로 광고가 노출되는 타깃을 좁힐 수 있다. 또 광고 문구와 디자인을 다양하게 설정한 다음 몇 명이 봤는지, 몇 명이 클릭했는지, 또 광고비 대비 노출 효과는 얼마인지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한 페이스북 광고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 셔츠를 팔아야 하는 스트라입스 입장에서 적합한 홍보 채널이었다. 창업자 둘은 역할을 분담했다. 이승준 대표는 페이스북 광고를 맡았고 이창훈 COO는 고객들의 방문신청 전화를 받았다. 심한 경우 하루에 10시간씩 이 일에 매달렸다. 광고비는 초기에는 하루 몇 만 원 수준이었지만 차차 늘려나가 현재는 일 최대 200만 원까지 집행하게 됐다.


 


“페이스북 마케팅은 사실은 노가다다.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바탕으로 노가다를 하는 거다.” 이 대표는 말한다. 그는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의 광고를 만들고 분석했다. 한번 광고를 낼 때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달리 해가며 100가지 정도의 시안과 랜딩 페이지(landing page)를 만들어 페이스북 시스템에 올렸다. 그리고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상위 20% 정도만 남겼다. 이 생존자들을 놓고 정량적,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서 통찰(implication)을 뽑았다. 이 통찰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광고 시안을 수십 개 제작했다. 기존 광고에서 상위 20%만 남기고 새로운 광고를 추가하는 과정을 매일 밤 반복했다.


 







페이스북 외에 다른 주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도 광고를 집행해봤지만 스트라입스의 사업 모델에 사용하기에는 최적화 주기가 너무 길다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한 국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경우 광고를 올리면 업체에서 검수하는 데 3일이 소요됐다. 반면 페이스북은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검수가 끝났다. “페이스북 마케팅이 파괴력 있는 이유는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우리는 반나절 동안 광고를 돌리고 정교하게 측정해서 예산을 더 넣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3일씩 광고 검수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 대표의 말이다. 또 방문신청 CPA 비율에서도 페이스북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스트라입스의 페이스북 광고 관리참조.) 따라서 페이스북 광고 비중을 80%까지 올렸다.


 


 




DBR mini box

스트라입스의 페이스북 광고 관리

 

 

 

페이스북에 올라가는 광고는 이미지와 광고 문구의 조합이다. 이 조합을 바꿔가면서 수많은 광고컷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종의 이미지, 5종의 텍스트 문구를 놓고 이 중 일부에만무료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한 다음 30대 남성과 20대 남성에게 각각 따로 보여준다면 2 × 5 × 2 × 2 = 40 가지의 광고컷을 만들 수 있다. 위의 그림은 스트라입스가 2016 7월 초에 올린낙산 해수욕장광고 세트의 예시다. 이 세트에 83개의 광고컷이 들어 있다. 낙산편은 4일간 3세트, 260종의 광고컷이 올라갔다.

 

아래의 관리자 화면에서는 각각의 컷에 대한 도달수(reach, 광고를 본 사람의 수) 외에도 클릭률, 클릭 수, 노출당 비용(CPI·cost per impression), 전환당 비용(CPA·cost per action), 전환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등 대부분의 소셜네트워크는 광고주들에게 광고효과 분석도구와 최적화 도구를 지원한다. 대형 광고주들에게는 담당 직원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지표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통찰을 뽑아내고, 어느 크리에이티브()에 예산을 더 할당할지는 결국 경영자의 판단이다. 스트라입스의 경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방문신청 CPA’. 광고를 본 사람 중에서 실제로 스타일리스트의 방문을 신청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시행 초기에는 광고를 통해 스트라입스 웹사이트와 모바일 서비스에 접속하는 사용자 중


1∼2%가 신체사이즈 측정 방문 서비스를 신청했다. 현재는 이 비율이 4%까지 올라갔다. 수년 동안 페이스북에 맞는 광고 전략을 찾아내고 갈고 닦아서 4배 가까이 비용 대비 효율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물론 이렇게 방문신청을 한 사람 중에도 정작 찾아오겠다고 하면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도 있다. 신청자 중 약 80%가 실제로 스타일리스트를 만난다. 다시 이 중에 약 85%가 첫 구매를 한다. 구매자의 1년 이내에 재구매 비율은 40∼50%. (‘스트라입스의 세일즈 퍼넬참조.)



직원 교육과 IT 시스템


남성복의 잠재 수요자들에게 접근해 치수를 재도록 유도하는 것까지는 온라인 광고의 역할이다. 치수를 재는 것부터 실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는 것은 스타일리스트의 역량에 달려 있다. 경영진은 온라인 광고에 힘쓰는 만큼 스타일리스트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들도 냈다.


 


우선 스타일리스트 교육 기간을 초기 2주에서 현재는 1개월로 늘렸다. 이 기간 동안 멘토 사원을 따라다니며 실습 교육을 받기도 하고, 공장에 나가서 실제로 옷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일하기도 한다.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서 사이즈 측정하는 방법과 고객을 응대하는 멘트들을 일관성 있게 정착시켰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 오랫동안 맞춤 옷 비즈니스를 해왔던 전문가를 교육 담당자로 영입했다.


 


인센티브제도 정착시켰다. 기본 급여 위에 성과급을 주는 시스템이다. 보통 한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하루에 3∼6명의 고객을 만나 사이즈를 측정한다. 이 고객들이 구매 혹은 재구매했을 때 일정 비율이 스타일리스트의 성과급으로 지급된다. 뛰어난 직원의 경우 웬만한 제조업 대기업의 월급만큼 버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패션 업계의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또 스타일리스트들이 대부분 20대라는 걸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다만 개인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의 압박도 그만큼 크다. 평균 근무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직률(턴오버)은 상당히 높다.


 


초반에는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에 대한 남성 소비자들의 호기심 때문에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꼭 여성 스타일리스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입소문과 실제 매출 발생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시범적으로 남성 스타일리스트들을 채용해보니 오히려 여성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평균 약 2배 차이가 난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남성은 같은 남성으로부터 패션 조언을 받는 것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특히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멋지게 입고 있으면 일종의 롤모델로 느끼게 되고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인다.


 


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성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것 같다는 것이 이 대표의 느낌이다. (남성 스타일리스트는 따로스타일 컨설턴트라는 호칭을 쓴다. 사회 통념상 남자의 직업이 스타일리스트라고 했을 때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또 판매 아이템 확장을 통해 신규 고객의 첫 주문 금액이 2014년 평균 10만 원 수준에서 2016 6월 기준 30만 원 수준으로 대폭 향상됐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타깃 마케팅, 11 방문 접수 서비스 외에 IT 시스템 역시 스트라입스의 경쟁 우위력을 살려주는 요인 중 하나다. 마케팅부터 제품 주문, 발송까지 온라인으로 쉽게 관리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됐다.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을 만나면 태블릿 위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고 이것이 자동적으로 본사와 공장의 IT 시스템에 집계된다. 따로 발주를 낼 필요도 없이 공장에서는 이 정보를 보고 바로 원단 주문과 제작에 들어간다. 현재 스트라입스의 상품팀 직원(MD) 8명인데 IT 개발자 역시 8명이다. IT 인력만 놓고 보면 웬만한 대기업 의류브랜드에도 꿀리지 않는다.


 


 




 


사내 전 직원이 공유하는 정보시스템에는 마케팅, 주문/매출, 정산, 발주/생산, 수선/재제작, 배송/CS, 고객이슈 등의 탭이 마련돼 있고 검색도 쉽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클릭 몇 번으로 현재 배송 대기 상태인 고객들의 명단과 내역을 확인하거나, 고객별 총 매출을 확인하거나, 특정 스타일리스트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스트라입스는 2017년부터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2015년에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생산 및 영업 여력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의 단기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공장확보와 mass-customization


대부분의 중소 규모 의류 브랜드들은 자체 공장을 두기보다는 전문 업체에 외주를 준다. 스트라입스도 초기에는 협력업체에 생산 외주를 주고 자사는 마케팅과 판매에 집중하는 형태였지만 2015 50억 원의 2차 투자를 받으면서 서울 강동구의 한 셔츠 공장을 인수했다.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전통적인 방식으로 주문을 받던 생산 라인에 스트라입스만의 IT 시스템을 연동한다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무리 선주문 후제작의 맞춤옷이라 하더라도 생산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고, 또 주문부터 제작, 발송까지 온라인으로 자동 연계되면 제작 리드타임을 줄일 수 있다. 발송부터 본사를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바로 택배업체를 통해 나가게 되니 시간도 절약된다. 반품 처리도 단순해진다(현재 반품되는 비율은 3% 정도다).


 


두 번째는 경영진 역량 보완이다. 이 대표를 포함한 기존의 경영진이 주로 IT 산업 기반의 경력을 갖고 있는데, 제조업에서 경력을 쌓은 공장장을 영입해 최고생산책임자(CPO)직을 맡김으로써 앞으로 다품종 대량생산(mass-customization)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객의 개인화된 패턴 정보를 저장해놓고,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동으로 공장에서 기계가 옷감을 자르고 재단하기 시작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현 계획이다.


 


다만 주문량을 미리 예측해서 대량 생산해놓는빅데이터적인 방법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원단은 미리 확보할 수 있지만 고객마다 신체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렵고, 또 재고의 부담이 생기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개인별 패턴 데이터를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Mass-customization에서 ‘mass’보다는 ‘customization’에 초점을 두는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


 


 


 


2) 해외 진출


스트라입스는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해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제조는 서울 공장에서 하고 상품은 어차피 택배로 발송하기 때문에 현지에 스타일리스트만 확보할 수 있다면 지방 공략이 어렵지 않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5 11월에 싱가포르에, 2016 4월에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각 나라의 팀장만 한국에서 파견했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 채용 인력이다. 해외에서도 온라인 마케팅스타일리스트 방문택배(우편) 배송이라는 3단계 모델을 그대로 사용한다.


 


해외 사업이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생산 역시 한국에서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한국에는 고품질의 프리미엄 레이블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3) 오프라인 매장은 미정


미국에서 온라인 남성복 판매로 성공한 회사로 흔히 보노보스(Bonobos)를 꼽는다. 2007년에 문을 연 이 회사는 원래 남성용 바지를 전문적으로 팔았다. 셔츠도 시도해봤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2011년 뉴욕 중심가에 오프라인 상점을 열고, 그곳에서 착용을 해본 다음 실제 상품은 나중에 집으로 배송 받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이른바가이드숍이라 불리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2016년 말까지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보노보스는 여전히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단계라 이 모델의 수익성을 말하기엔 이르다. 상점 안에 재고를 두지 않는다 해도 부동산 관련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트라입스의 이 대표 역시보노보스의 가이드숍 모델에 관심은 가지만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DBR mini box

오프라인 의류업계에서 본 스트라입스의 비즈니스 모델과 리스크 요인

 

 

스트라입스의 초기 사업 모델은 예전부터 존재해온 오프라인 맞춤 셔츠 매장을 온라인 버전으로 옮긴 것이다. 맞춤 셔츠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어서 좋고, 특히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준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화장품 방문판매와 비슷하다. 고객 입장에서의 단점이라면 옷을 맞추고 상품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것은 맞춤옷을 사기로 작정했을 때부터 인지하고 선택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또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원단의 종류가 한정적임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업계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다. 소비자는 맞춤 셔츠 매장(혹은 웹사이트)을 방문할 때 이미 스타일이나 재질의 범주를 정해놓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셔츠는 남성의 필수품이자 소모품이라서 반복적으로 구매가 일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이 스트라입스 창업의 핵심 포인트였다고 보여진다. 물론 시장의 지표는 우려스럽다. 한국의 남성 정장 양복(슈트) 시장은 작아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정장 셔츠군 매출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전통적인 신사 정장뿐 아니라 캐릭터(캐주얼) 정장군도 위축되고 있다. 다만 브랜드의 방향을 완전히 캐주얼 쪽으로 잡고 가는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들은 매출이 늘고 있다. 스트라입스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메인 아이템인 셔츠뿐 아니라 바지, 재킷, 슈트, 액세서리류까지 아이템을 확장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런 수평적인 아이템 확장 전략을 쓰는 남성복 업체로 스트라입스 외에 STCO 등이 있다. 이는 오프라인 업체들도 사용하는 전통적인 전략이다. 메인 아이템으로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한 후 다른 아이템까지 보여주고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매출과 구매고객 수가 증가하고, 특히 고정 고객(단골)의 비중이 커지면서 사업이 성숙기에 다다를 경우 이런 수평적 확장 전략을 구사한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메인 아이템에서의 안정적인 고객 및 매출의 확보, 또 그에 따른 생산라인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신규 아이템 확장은 생산과 딜리버리, 애프터서비스에서 품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기존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라입스의 메인 아이템인 셔츠 생산라인의 예를 들어보자. 30인이 일하는 셔츠 공장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그중 상주 재단사는 3, 부자재 담당 1, 아이롱사(다림질) 1, 나머지 25명 정도는 봉제 기술자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보통 맞춤 제작 공정은 라인 방식이 아니라 팀 단위로 일하기 때문에 정해진 인원에서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획기적으로 생산량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 봉제 스티치 땀수를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제품 퀄리티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자체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추가 물량은 외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때 외주 공장과의 합을 맞추는 일, 즉 품질과 일정 관리가 만만치는 않다. 결국 제품 품질이 안정화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물량의 급격한 확장이 어려운 맞춤 공정의 특성 때문에 빠른 매출 성장에는 품질 리스크 요인이 따르고, 완벽하게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아이템으로의 확장까지 시도된다면 그 리스크는 더욱 증대된다.

 

스트라입스의 또 다른 목표인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셔츠 제작 과정은 크게 구분하면패턴을 따라 원단 재단봉제트리밍(실밥제거 등) → 아이롱(다림질) → 패킹(포장)’의 순서다. 일반적으로 대량생산 라인의 재단 과정에서는 원단을 여러 장 겹쳐 깔아서 기계가 자동으로 재단한다. 맞춤옷의 경우 패턴을 수정해서 사람의 섬세한 손으로 조정해야 한다. 알파고 같은 기계가 나온다 해서 그런 조정 과정을 알아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트라입스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접목해서 고객의 개인 패턴에 따라 기계가 자동적으로 재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방법을 어떻게 찾을지 기대된다.

 

 

 

오상민 CMI srl general director

필자는 국내 남성복 회사를 거쳐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의류 기획/생산 회사 CMI srl general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2013년 한국 최초로 의류 분야 원산지 인증을 받아 국내 생산 남성 의류를 이탈리아 등 유럽 유명 브랜드로 수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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