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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현대인은 모두 바쁘다. 아니바쁘다. 바쁨을 과장하고 산다는 얘기다.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그러나 생각보다 굉장히 길다. 그 시간을 독서시간으로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2013 OECD 24개 회원국 16만 명을 대상으로 직업역량을 조사했다. 한국은 문해력에서 13, 수리력에서 17,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에서 15위를 기록했다. 세 분야 모두 OECD 평균 아래다. 국가적인 문제이지만 분석의 수준을 낮추면 기업 임직원의 역량 문제이기도 하다.

임직원 개개인들은통근길 독서자신만의 도서관, 자신을 위한 대학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CEO는 기업 차원에서 그들이 충분히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만 배려하면 어떨까.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고 한국이 변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출근시간에 바뀐 인생

 

 

출근시간이 인생을 바꾼다. <지도 1>에는 한 직장인의 인생이 담겨 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사는 그는 여의도 증권사에서 근무한다. 종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4호선 수유역으로 향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타고 여의도까지 이동한다. <지도 1>의 예측대로면 622분에 버스에 올라 사무실에는 731분에 도착할 것이다. 실제로는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서울시민 평균 출근시간 47분보다 더 길다.1)

 

1986년 입사해서 30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말단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비결을 묻자 지하철과 독서라고 답했다. 그는 이사, 이동, 이직 3가지에 엄격하다. 동기들이 강남이나 회사 가까이 이사할 때 일부러 우이동에 남기로 했다. 1998년에 운전면허를 땄지만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더 좋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응하지 않았다. 길게 내다보고 평판과 신뢰를 쌓아왔다.

 

1년에 200권씩 30년간 읽었다. “증권가 사람들처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시간을 만들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입사한 후 한동안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가 투자분석부로 오게 되면서 다시 책을 손에 잡았다. 부서 특성상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분량만이 아니다. 방향과 깊이다.

 

리서치센터에서 일할 때다. 그가 써낸 시장전망 보고서는 독보적이었다. 탄탄한 독서력으로 남들보다 빨리, 널리, 멀리 볼 수 있었다. 그는 매주 월요일 발표하는 주간 전망보고서를 주중 평일에 다 써놓곤 했다. 적중률도 탁월했다. 사내 임직원들과 외부 고객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연, 기고, 저술, 방송 출연이 이어지며증권가의 미래학자로 불렸다. 그에겐 지하철이 연구실이었다.

 

금융일을 시작하며 그는 평생 공부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가장 주목한 것은 현재의 흐름을 짚어 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미래의 가치를 어떻게 현재로 당겨올 것인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세일즈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단편적인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 검색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지혜는 오로지 공부하는 자만이 얻는 것이다.”2) 최근작 <세계가 일본 된다>도 그렇게 빚어졌다.

 

사관생도형 vs. 탐정형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은 공간적이다. 주로 사각형이다. 예를 들어 외국어학원의 이른 아침 강의실이거나 대학원 강의실이다. MBA 유학도 공간으로 상상된다. 캠퍼스와 강의실이 아니라면 인터넷 강의가 진행되는 모니터에 주목한다. 교과서나 교재까지 모두 사각형이다. 사각형과 연결된 자신을 상상한다. ‘이곳이 아니라그곳에서 찾는다.

 

‘증권가의 미래학자에게 자기계발은 주로 관계형이다. 땅 속 지하철에서 그는 수시로 다른 세계와 접속한다. 이탈리아의 높은 실업률, 중국의 과잉 공급, 일본의 재정 적자, 한국의 고령화가 별개의 데이터가 아니라 새로운 패턴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패턴에서 다시 선이 뻗어 나와 주요 산업별 전망으로 연결된다. 어느 공간에서건 접속상태를 시도한다. ‘그곳이 아니라이곳에서 찾는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태도다. 자기계발의 고수들은 남의 방식을 존중하되 추종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나 통용되는절대 진리형공식을 의심한다. 오히려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요리사처럼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자기계발은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칠판, 책상, 노트를 마주한사관생도형이 아니다. 현장에 남겨진 담배꽁초와 발자국 하나로 시작해서 범죄 전체를 재구성하는탐정형에 가깝다. ‘이곳저곳을 수시로 넘나드는 동적인 작업이다.


책 읽기의 지형도


 


1) 도서관의 힘


도서관이 도시를 바꾼다. 성북구청장은 2010년 당선된 후 핀란드에 다녀왔다. 인구 50만 헬싱키에 공공도서관은 35. 인구 900만의 핀란드 국민들이 공공도서관에서만 연간 1억 권의 책을 빌려본다. 인구 45만 성북구의 공공도서관은 3.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구청 간부세미나에 용인시 느티나무도서관장을 초대했다. 사재를 털어공공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사례를 듣고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실행을 결심했다.


 


4년 동안 노력했다. 공공도서관은 9개로 늘었다. 예산이 부족해 소형 도서관 위주였지만 연간 80만 권이던 도서 대출은 116만 권으로 45%가 늘었다.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도서관 정책이 1위를 차지했다. 구민들의 박수와 칭찬은 4년의 노고를 잊게 만들었다. 전철역에 무인대출기도 계속 설치하고 있다. 전철을 이용하는 학생, 주부, 직장인, 누구나 환영이다.


 






 


더 좋은 도서관 정책을 세우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새로 지을 도서관은 어디가 좋은가? 지난 4년의 노력에서 배울 것은 무엇인가?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구청, 문화재단, 도서관 운영진, GIS 분석팀이 연구와 토론을 이어갔다. <지도2>는 성북구의 45만 구민들의 인구분포를 보여준다. <지도 3>에는 2010년 도서 대출 80만 권의 지리적 분포를 담았다. <지도 2> <지도 3>을 번갈아 살펴보면 A·B·C·D 지역은 인구밀도에 비해 도서 대출 이용 밀도가 떨어진다.


 


<지도 4>에는 2014 116만 권의 도서 대출을 시각화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C지역에서 일어났다. A·B·D지역에도 2010년에 비해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됐다. 직접적인 변화는 새로 생긴 도서관 때문이다. A·B지역에 새로 문을 연 도서관 3개를 모두 합쳐도 면적인 880㎡인 작은 도서관들이다. D지역도 소형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숨통을 트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지도 4> C지역에 새로 문을 연 달빛마루도서관(829)과 새날어린이도서관(579)도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파급효과는 강력했다. 접근성이 좋아서다. 달빛마루도서관은 이마트 건물에 들어 있고, 새날어린이도서관은 동주민센터와 같은 건물이다. 구민들의 생활 가까이에 입지한 것이다. 헬싱키의 공공도서관이 도시의 가장 좋은 위치에 우선적으로 배정된 것과 비슷하다.


 


2) 독서, 그 무서운 습관과 효용


성북구를 64개 마을로 나눴다. 향후 마을단위로 도서관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어느 지역에 도서관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도서관을 지어야 하는가? 단독주택(S타입), 빌라(V타입), 아파트(A타입) 같은 주택끼리 밀집해 있는 주거단위로 구분했다. 4개의 질문을 던졌다. ① 접근성 - 도서관이 가까울수록 도서 대출이 많아지는가? ② 마을유형 - 어떤 마을의 독서율이 높은가? ③ 인구특성 - 어린이가 많은 마을에서 대출이 더 활발한가? ④ 정책방향 - 향후 도서관 정책에 시사점은 무엇인가?


 





 


< 1>은 성북구에서 아파트 마을(A타입)이 평균에 비해 두 배가량 대출량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파트 마을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은 31%지만 2014년 기준 전체 도서 대출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객이 많으니 아파트 마을에 계속 도서관을 개설하면 되는가? 마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통계청 센서스 데이터 중 자가, 전세, 월세 비율과 국토부가 매년 발표하는 아파트 기준시가 정보를 접목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도서관이 가까울수록 도서 대출이 늘어났다. 하지만 접근성의 영향력은 마을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 2>에서 아파트 마을의 인구당 대출권수를 구간별로 살펴보자. 500m 4.6 → 1 2.5 → 1.5 1.9 → 2 2.2권을 기록했다. 500m를 벗어나면 대출권수가 뚝 떨어지지만 2권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성북구민의 51%가 거주하는 빌라마을(V타입)의 경우 도서관과 멀어질수록 1인당 대출권수가 500m 3.1 → 1 1.5 → 1.5 0.8 → 2 0.6권으로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파트 마을의 주민들은 도서관이 멀어도 일정 수준의 도서 대출을 유지한다. 빌라마을은 도서관이 멀어지면 도서 대출도 함께 낮아졌다. 도서관 접근성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구비중 51%의 도서관 이용형태를 고려해서 신규 도서관은 빌라마을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당장 도서관을 신설하기 어려운 마을은찾아가는 도서관이나돗자리 도서관처럼 책을 들고 마을로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북구에서 어느 마을이 가장 책을 많이 읽을까? 통계청 자료에서 집계구별 학력 데이터를 마을별로 재집계했다. 회귀분석으로 통계모형을 돌려봤다. ‘대학원 재학 이상변수 단독으로 마을단위 도서 대출의 82.7%가 설명됐다. 압도적인 독립변수였다. 거주자의 학력은 도서관과의 접근성 요인을 훌쩍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고학력자의 비율에 따라 독서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독서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마을에서 더 많이 책을 빌려보고 있었다. ‘고기를 먹어본 사람처럼 독서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 독서에 더 열심이다.


 


Time Poor’가 아니라 ‘Poorly Used Time’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523명을 대상으로 ‘2015년 새해목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7.4%가 자기계발에 대한 목표를 세웠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초에 세운새해계획 1년 내내 지킨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취업포털 파인드잡이직장인의 스트레스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의 71.6%가 시간 부족을 느끼며 40%바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고 답했다.3)


 


시간연구자 존 로빈슨(John Robinson)에 따르면 사람들은바쁨을 과장한다.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노동시간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여유시간을 가지고 있다. TV·스마트폰에 들이는 시간도 짧지 않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느끼는 것만큼 바쁘지 않다. 누가 더 바쁜가 헛경쟁을 벌이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실제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 3>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성인은 하루 평균 TV 시청에 2시간3분을 쓰고 학습에는 21분을 사용하고 있다.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은 2015 8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4442명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App) 사용기록 약 2억 건을 분석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들이 스마트폰 앱(App)을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23분으로 나타났다.4) 서로 사용이 겹친다고 해도 한국인은 하루 평균 2∼4시간을 TV와 스마트폰에 소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이용자의 76%가 자신이 좀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똑똑해지고 행복해진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유는 심심할 때 무료함을 달래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피하고 싶을 때다. 20∼40대의 80∼90%가 그렇다.5) 톡톡 모니터에 닿는 손가락의 터치 숫자만큼 우리의 집중력과 사색은 흩어지고 끊임없이 떠돌게 된다. 꼭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무료함과 어색함을 달랠 다른 대안을 찾을 수는 없을까?


 


다른 일을 하기에는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TV·스마트폰을 켜는 경우가 많다. 여가가 생기면 TV·스마트폰은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TV·스마트폰 시청에는 큰돈이 들지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지도 않다. 시간연구자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미리 계획하지 않지 않은 자유로운 시간이 생겼을 때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기 때문에 손쉽게 TV나 스마트폰을 선택한다.6) 자투리 여유시간이 생기면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 결과가 어떤지 실험해볼 일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워싱턴포스트>지 기자로 일하는 브리지 슐트는 만성적인 시간 부족에 허덕이고 있었다. 시간 사용에 관해 50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온 존 로빈슨의 상담을 받고 처방대로시간일지를 작성했다. 존 로빈슨은 커다란 형광펜을 들고시간일지를 분석하더니 브리지 슐트의 1주일 중 여가시간이 30시간이라고 못박았다. 당사자는 그럴 리 없다고 깜짝 놀랐다.


일주일은 168시간이고 이는 변경되지 않는다. 시간을 종이상자로 상상해보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168개 상자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관한 행동이다. 우리가 수신하는 e메일의 80%, 연락처에 등록된 80%, TV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의 80%는 중요하지 않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손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마트폰이나 TV 리모콘으로 습관적으로 향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아니라 시간의 하인으로 살아야 한다.


 


생존에서 변화경영으로


 





 


<그림1>에는 노동의 미래가 담겨 있다. 노동을 구분하기 위해 2가지 요인을 적용했다. 첫째는 지식노동이냐, 육체노동이냐 여부다. ‘대인’ ‘분석’ ‘인지는 지식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둘째는 반복성 여부다. 반복되는 업무는 기계나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1>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비반복 대인에 대해 살펴보자. 고도의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노동인데 비반복적이다. 전문화된 지식으로 사람을 주로 상대하는 일이다. 기업의 경영진이 대표적이다. 법률, 경영, 과학, 교육 서비스가 주된 영역이다.


 


‘비반복 분석은 데이터에 기반해 진단, 예측, 처방하는 분야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일기예보, 통계분석가, 빅데이터 분석가 등이 해당된다. 겉으로는 반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 분야의 지식노동은 대부분 변화 자체를 다뤄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1980년대를 기준으로 단순 반복적 육체노동이나 지식노동의 일자리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반복 인지노동의 경우 1970년 전체 직업의 53.2%를 차지하다가 2009년에는 39.5%로 낮아졌다. ‘반복 인지에 해당하는 직업으로는 전화상담, 문서편집, 출납창구, 전산입력 등이 있다.7)


 


지식경제에서 대체 가능한 단순업무는 점점 사라지고 늘 새롭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반복적이며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림 1>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패턴은 변화를 지속으로 경영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화 추세다. 이는 약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단순히 약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는 사람이 주목을 받는 것과 같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동일한 직업 내부에서도 가치의 양극화가 진행된다.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지식노동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지식노동자가 만들어낸 정보, 아이디어, 지식의 가치다. 지식은 소유자인 지식노동자 내부에서 머물 때는 아무런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저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지식노동은 외부와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가치가 발휘된다. 북한산을 등산하는 CEO의 진가는 등산로가 아니라 투자전략을 결정하는 업무 현장에서 발휘된다. 그가 결정한 사항들은 숫자와 성과로 시장과 고객들의 평가를 받는다. 지식노동의 성과는 지식노동자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쌓인다.


 


지식노동의 성패는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역량을 외부의 결과로 연결하는 것에 달렸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직업역량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OECD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3가지를 제시했다. 오늘날 지식노동은 글자, 숫자, 컴퓨터 세 가지의 주된 도구를 이용해 문제 해결의 성과를 생산해야 한다. 우리의 지식역량은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글자, 숫자, 컴퓨터에 좌우되며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생산된 지적 결과물에 따라 변동된다.


 


자신의 지식역량은 어느 수준인가? 가장 최근에 생산한 지적 결과물을 스스로 살펴볼 일이다. 2년 전보다 나아졌는가? 같은 분야 전문가들의 존중을 받을 만한가? 물어야 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3 OECD 24개 회원국 16만 명을 대상으로 직업역량을 조사했다. 한국은 문해력에서 13, 수리력에서 17,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에서 15위를 기록했다. 세 분야 모두 OECD 평균 아래다.


 


우리의 교육열은 높지만 직업역량은 낮다. 우리의 실력은 위협적이지 않다. 자기계발의 가장 큰 장벽은 자기만족과 지적 오만이다. OECD 보고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고등교육을 이수했다고 자동적으로 역량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만 24∼35세 중 중·고등학교 교육을 마친 이들은 같은 연령층의 이탈리아 또는 스페인의 대학 졸업자보다 직업역량이 높았다. 정규 교육 이후의 역량개발이 더욱 중요하며 자발적인 개인활동과 비형식적인 교육을 통해 강화된다.8)


시각장애 애널리스트의 출근길


 


시각장애인은 국제공인재무분석가(CFA)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그는 승복하지 않았다. 미국 월가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중 시각장애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주눅들지 않았다. 1967년 서울 출생인 그의 직장은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140번지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이다. 투자회사다. 그는 한화로 약 7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같은 분야 애널리스트 중에서 수익률 최상위 10%에 속한다.


 





 


북부 뉴저지 페어론에서 살고 있다. <지도 5>에는 그의 출근길이 그려져 있다. 그가 사는 집에서 뉴욕 맨해튼 남단에 있는 월가까지 출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력이 정상인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그는 대개 오전 630분에 통근기차를 타고 세카우커스라는 곳까지 간다. <지도 5>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출근길이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이는 곳이 세카우커스역이다.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뉴욕의 팬 스테이션에 도착한다. <지도 5>에서 빨간색 구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서울역처럼 철도와 지하철이 연결되는 혼잡한 곳이다. 그는 걸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층계나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자리에 섰을 때, 과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추측해 알아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패턴의 소리, 역 바닥의 느낌 - 매끄러운지, 거친지- 주위 식품점에서 나는 냄새로 현재 자신의 위치를 짐작한다. 특히크리스피크림가게의 도넛 냄새가 나면 건너편에 있는 층계로 다시 내려가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또 계란과 양파를 굽는 냄새가 나면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동쪽으로 역을 가로질러 가야 그가 원하는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이렇게 나름의 지표가 되는 자극들을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며 가야 할 방향을 잡는다. 자신의 내면에 자신이 가야 할 지도를 그리고 다시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지팡이 하나를 들고 매일 왕복 3시간 출퇴근한다. 갈 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 그가 해야 하는 일은 항상 지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다. 헷갈리면 멈추고 사람들에게 묻거나 머릿속의 지도를 펼쳐놓고 재탐색한다. 길을 잃거나 지팡이를 잃어버려도 괜찮다. 현재 자신의 위치만 알고 있으면 아무리 혼잡한 가운데서도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삶에서 길을 잃지 않는 비결이다.9)


 


통근열차의 자리에 앉으면 그는 무엇을 할까?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음성번역기를 켜고 인터넷을 연결한다. e메일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한다. 새벽에 배달된 인터넷 신문을 읽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그가 구독하고 있는 신문은 총 여섯 개다. 컴퓨터 음성번역기를 통해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과 여러 산업 분야, 기업, 정부 정책에 관한 뉴스를 듣는다. 퇴근길에는 주로 소설을 읽거나 쪽잠을 자기도 한다.10)


 


모든 인생은 항해 같다. 우리 모두는 세상의 격랑을 헤쳐가는 항해사다. 항해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해양탐사선 온누리호의 이민수 선장은 말한다. “항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결정하고 돛이나 키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11) 우리도 잠시 멈춰서서 현재의 위치와 최종 목적지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당신만의 대학교


 


인생 전체를 한번에 바꾸기란 벅차다. 대신 출퇴근 시간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1주일이 담긴 시간표에 형광펜으로 출퇴근 시간만 표시해보자. 하루 2시간씩 주5일 근무라면 10시간이다. 10시간 곱하기 60분은 600분이다. 성인의 평균 글읽기 속도는 1분당 300글자로 1페이지 분량이다.12) 이렇게 우리는 일주일에 300페이지 분량 2권을 읽을 수 있다. 1년은 52주다. 600페이지에 52주를 곱하면 31200페이지 분량이다. 300페이지 분량 104권이다.


 


남의 성공담, 남의 자기계발, 남이 만든 법칙이 무슨 소용인가? 자신에게 어울리고, 자신에게 작동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다. 독서량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한 가지 더 남았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자기계발은 자신의 몸 속에 스스로 대학교를 만드는 것과 같다. 학교 이름, 학과 설립, 커리큘럼, 교수 섭외도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그저 자신이 가장 궁금하고 절실하고 알고 싶은 내용대로 강좌를 만들면 된다. 가장 비슷한 사례가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픽사가 운영하는 사내 대학일 것이다. ‘픽사대학교에는 모두 100개 넘는 강좌가 운영된다. 마술에서부터 스케치, 살사댄스에서 경영학까지 두루두루 다양하다.

영어사전에서 ‘inform’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자. 인터넷 사전(Dictionary.com)의 뜻풀이를 쭉 따라 내려가면번에 ‘to animate or inspire’라는 대목이 나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가 주목한 뜻풀이다. “더 나아가생기를 불어넣는’ ‘활기를 북돋는이란 뜻도 있지요. 그러면 information이라는 명사도 생생하게 움직이는 정보, 그로 인해 인생의 국면이 바뀔 만큼 둘도 없이 소중한 정보라는 뜻으로 다가오지 않겠습니까?”13)


 


자기계발은 양적 축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은 물리적이라기보다는 화학적이다. 자신과 세상이 맺고 있는 관계에 새로운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열기와 활기의 심지를 찾는 과정이다. 자기계발은 텅 빈 책장에 지식을 꽂아 넣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호기심과 열정을 발견하는 여행이다. 자신의 열정과 호기심이 언제 어디에서 솟구치는지 찾아내는 탐험이다. 그럴 때 독서는 생존도구를 뛰어넘어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그럴 때 자기계발은 지루한 의무감에서 자아실현의 생동감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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