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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鐵人) 3종(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인간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태어난 스포츠다.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가 원래의 철인3종 코스였지만,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국제경기는 수영 1.5㎞·사이클 40㎞·달리기 10㎞로 치러진다.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의 '철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무대에 등록 선수가 50여명에 불과한 한국의 19세 청년 허민호(동서울대ㆍSC제일은행)가 도전장을 던졌다. 2007·2008 아시아선수권 2연패(連覇) 등 주니어(수영 0.75㎞, 사이클 20㎞, 달리기 5㎞) 무대에선 이미 '탈(脫)아시아' 선수를 선언한 허민호는 오는 29일 호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본격적인 성인(成人) 무대 신고식을 치른다. '한국의 철인' 허민호를 24시간 동행 취재했다.

13일 오전 서울 도곡동의 실내훈련장. 허민호는 롤러 위에 올려놓은 사이클의 페달을 1시간30분째 전속력으로 밟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하이라이트는 RPM 훈련. "다섯, 넷, 셋, 둘, 하나, 슛!" 구령과 함께 30초 동안 전력으로 페달을 밟다가 "그만!"하는 소리에 30초는 저속으로 페달을 밟는 것을 10번 반복한다. 곽경호 SC제일은행 감독의 구령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허민호의 사이클 속도계엔 '85(㎞/h)'가 찍혔다. 시계는 낮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수영과 사이클에서 세계 정상에 근접한 허민호는 달리기 기록을 3~4분 단축해야 하 는 과제를 안고 있다. 허민호는 월드컵을 앞두고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오후 1시30분부터 수서동 강남주민편익시설에서 수영 훈련이 시작됐다. 허민호는 25m 레인을 100번 왕복했다. "민호, 똑바로 안 해? 왼팔 리듬이 깨졌잖아!" 곽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수영훈련이 3시30분쯤 끝나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 훈련이 이어졌다. 가파른 대모산 언덕길 850m 코스를 전력으로 4차례 왕복하는 것이 이날의 과제였다. 분당 심박수가 40~41회로, 정상급 마라토너에 지구력이 뒤지지 않는 허민호는 동료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앞서 나갔다.

오후 5시쯤 하루 훈련이 끝났다. 월드컵을 앞둔 허민호는 주당 40시간의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훈련량이 많은 날은 사이클을 100㎞ 이상, 달리기는 25㎞ 이상 계속한다. 동계 훈련 때에 비해 3분의2 정도로 줄어든 강도이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운동이 부족한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년 전 헝가리에서 열렸던 훈련 캠프에선 헝가리인 코치가 허민호의 지나친 운동량을 걱정해 운동화를 숨긴 일도 있었다. 하지만 허민호는 다른 신발을 신고 개인훈련을 계속했다. 주위에선 '운동 중독'이란 말도 듣는다.

허민호는 16세에 처음으로 뛴 엘리트 코스에서 국가대표 형들을 제치고 전국체전 우승을 거머쥐며 '괴물'이란 별명을 얻었다. 올해 ITU(국제철인3종연맹)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주니어 7위로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한 허민호를 특별 장학생으로 선발해 훈련비 6000달러(약 900만원)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엔 월드컵 대회에 초청도 받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장래희망에 '철인3종 세계챔피언'을 적어냈던 허민호이다.

세계선수권 등 월드챔피언십시리즈(연 8회)와 바로 아래급의 월드컵(연 5회)으로 한 시즌이 꾸려지는 철인3종은 지구력과 노련미의 스포츠이다. 현재 ITU 남자랭킹 5위 안에 1위 하비에르 고메즈(26)를 제외하면 모두 30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제 19세인 허민호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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