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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시즌 초반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지금 우리가 보는 프로축구 안에 로맨스는 있을까? 선수는 더 많은 이적료와 연봉을 좇아 팀을 옮기고, 우승은 그런 선수와 감독 영입에 들인 투자가 만들어 낸다. 돈이 프로팀을 트로피에 근접하게 만드는 가장 큰 조건임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한 팀을 위해 모든 걸 바친 레전드는 점점 사라지고, 축구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노력으로 뭉친 작은 팀이 성과를 내는 일은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그저 강팀을 한번씩 잡아내는 ‘자이언트 킬링’ 정도로 잠시 찬사를 받을 뿐이다.

K리그 역시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이라는 경계가 생겨나고, 1·2부 리그와 승강제가 도입된 뒤 팀 간의 간격은 더 벌어졌다. 1부 리그 하위권, 그리고 2부 리그 대부분을 구성하는 시민구단들은 이제 1부 리그 잔류와 승격 이상의 목표를 꿈꾸기 힘들어졌다. 그런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려는 팀이 있다. 2015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광주FC다. 2010년에 창단하며 2011년 K리그에 뛰어든 광주는 두 시즌 만에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이승기, 김은선, 박기동, 김동섭, 김수범 등 주축들은 차례차례 팀을 떠났다. 팀 재건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광주는 2014시즌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쓰며 1부 리그로 승격했다. 2013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당시 30대의 남기일 감독대행은 2014시즌 팀을 일신했고 극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강원과 안산을 차례로 꺾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경남을 1승 1무로 제압하며 역대 3번째로 1부 리그에 승격하는 팀이 됐다. 그 기세는 2015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3라운드까지 2승 1무를 거두며 2위에 올랐었다. 4라운드에 선두 울산에게 0-2로 패했지만 그들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내용에서 앞서며 찬사를 받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여전히 가장 적은 예산을 쓰고, 클럽하우스는커녕 전용훈련장조차 없으며, 연고지인 광주광역시의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로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조차 당분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광주는 돌풍을 쓰고 있다. 과연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 정체를 알기 위해 [킥오프]는 울산과의 경기를 앞둔 지난주 광주가 훈련 중인 목포국제축구센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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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연소 감독인 남기일 감독은 소통을 통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좋은 리더는 소통을 통해 공감을 얻는다

광주의 승격, 그리고 돌풍을 얘기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사람은 남기일 감독이다. 감독대행 포함 프로 감독 3년 차의 경력자지만 그는 이제 만 41세에 불과한 K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이다. 젊은 지도자는 열정이 강한 만큼 꿈과 포부도 크다. 최근 K리그는 젊은 감독들이 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지휘봉을 잡으며 꿈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기업구단의 얘기다. 전폭적인 지원이 어려운 시민구단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경험 많은 지도자를 선호한다. 젊은 감독이 시민구단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것은 그 팀의 상황이 그마저도 택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있음을 의미한다. 남기일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시점의 광주도 그랬다. 강등 후 첫 해에 팀은 다시 승격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실패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선수들도 떠날 준비를 했다. 2013시즌 말미의 이야기다.

2014시즌을 준비하며 남기일 감독은 선수단의 80% 가량을 교체했다. 나간 선수 중에는 잡지 못한 선수도 있었고, 남기일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위한 팀을 구축하는 데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선수도 있었다. 선수를 대거 바꿨으니 조직력이 나올 리 없었다. 8월까지 성적은 5위와 8위 사이를 오갔다. 조직력이 완성된 시점은 가을 들어서였다. 9월 대전 원정에서의 승리를 시작으로 5승 2무 3패를 기록하며 FC안양을 골득실 차로 간신히 제치고 4위를 차지하며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승격을 결정짓고서 남기일 감독은 1년 6개월의 기나긴 감독대행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홍보 담당인 이홍주 매니저는 “진작에 감독으로서 승진했어야 했는데 3번의 기회가 정말 이상하게 무산되며 미끄러졌다. 팀 사정도 있었고, 감독님이 원정에서 성적을 잘 내고 홈에 와서는 부진했다”고 말했다. 남기일 감독은 선택에 확신을 가져야 하고, 선수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한 데 대한 피해의식은 없었다.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2년의 시간만 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감독대행은 언제 나가게 될 지 모른다. 그 시절에는 져서 힘든 게 아니라 감독대행이라 힘들었다. 감독은 어떤 선수와 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선수를 데리고 하면 좋다. 하지만 그 문제야 어떻든 지도자가 노력하기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걸 작년에 배웠다. 그리고 그 변화가 무섭다. 나는 선수들로부터 더 배우고 있다. 지도자로서 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시간은 작년에 다 겪었다. 어려움이 와도 함께 헤쳐나갈 지혜가 생겼다. 그 지혜는 선수들로부터 나왔다. 선수들은 우리 코칭스태프를 믿고, 코칭스태프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그러면서 나도 지도자로 한 단계 성숙해졌다.”

남기일 감독은 광주 창단 당시 막내 코치였다. 하지만 중도에 팀을 떠났다. 당시 광주를 이끌던 최만희 감독과의 축구 철학 차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떠났었다. 남기일 감독은 “다르다는 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었다. 광주 밖에서 더 배우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단기 연수를 다녀 온 그는 2013년 광주시로부터 연락을 받고 팀에 합류했다. 당시 선수들이 남기일 코치의 합류를 강력히 원했다. 진심으로 믿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팀 내부에 크게 울렸다. 지도자 남기일의 가장 큰 강점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고, 그것이 위기의 광주에 가장 필요한 요소였다.

남기일 감독은 늘 귀를 열어둔다.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말을 하는 것보다 말을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킷 매니저로 출발해 남기일 감독을 코치 시절부터 지켜봐 온 정민화 주무는 “자리가 사람을 바꾸는 데 감독님은 마인드가 늘 한결 같다. 역할과 기능이 바뀌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 바뀐다. 혹시 자신이 나쁘게 변하면 옆에서 늘 얘기하고 지적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감독은 팀의 절대 권력자다. 적어도 팀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발휘할 수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그것을 제어하긴 힘들다. 특히 어떤 전술을 쓸 것이며, 어떤 선수를 쓸 지에 대한 권한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꾸준히 대화한다. 감독의 가장 큰 권한인 전술을 놓고도 선수들과 토론한다. 그는 훈련 중, 경기를 앞둔 팀 미팅 때도 “질문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광주의 축구가 감독에 의한 주입이 아닌 상호 간의 이해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도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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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감독과 선수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함께 전술을 만들어간다 (사진=광주FC)

광주의 주장 임선영은 “한국 선수들은 감독이 만들어 놓은 전술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런데 남기일 감독님은 계속 얘기하라고 하신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생기고 의문이 있으면 거기에 답을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서는 “학생 선수 시절에는 감독님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감독님보다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 남기일 감독님은 가까워질 수 있는 존재다. 어렵지 않다. 코치 시절부터 그랬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민화 주무는 “막내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수시로 얘기했다. 구단이 쓰던 원룸 숙소 인근에 커피숍이 하나 있는데 훈련이 끝나고 거길 가면 늘 남기일 코치님이 선수들과 앉아 대화 중이었다. 축구 얘기도 하고, 여자친구 얘기도 하고, 개인사에 대한 상담까지 해줬다”고 그런 모습이 일관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과 술을 마실 순 없으니까 차 한잔 마시면서 30분 가량 미팅을 자주 한다. 뭘 필요로 하는지, 여자친구와 관계는 좋은지, 그런 얘기도 한다. 선수의 경기력 문제는 심리에서 출발을 한다. 그래서 어디서 심리적 문제가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수 말년에 경희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던 그의 박사 논문 주제는 '프로축구 지도자 리더십 유형에 따른 조직 유효성'이었다. 특히 선수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 이유에 대해 남기일 감독은 “감독을 만들어주는 건 선수들이다. 어떻게 하면 함께 편안하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다그치기보다는 이해를 시키려고 한다. 심리적인 안정이 되면 선수들은 힘이 나온다. 거기에 전술과 여러 훈련이 들어가야 제대로 효과가 난다. 그래서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이번 경기를 못 나가면 왜 못 나가는지 이해를 시켜준다. 그렇게 해야 서로가 믿음을 이어가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남기일 감독과 긴 시간 함께 해 온 김호남은 “이 팀은 굉장히 가족적인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그저 분위기가 좋음을 설명하기 위한 진부한 표현은 아니었다. 그는 “프로라는 세계에서 가족적이다는 대치되는 표현이다. 경쟁을 해야 하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감독님은 선수 개인의 특징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배려를 해주신다. 나 같은 경우는 실수를 했을 때 지도자가 혼을 내면 위축되는 타입이다. 감독님이 대화를 통해 그걸 알고 경기 중에 절대 내겐 소리를 안 지른다. 그런 식으로 다른 선수들도 다 배려를 해주신다. 그러면 전술이라는 틀 안에서 선수가 창의적인 축구를 하고,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한다. 동기부여가 알아서 된다. 그리고 여유가 생긴 선수들은 힘들어하는 선수를 돕는다”며 광주의 ‘가족적인 분위기’의 정체를 상세히 설명했다.

광주는 아직 빈 틈이 많고 약점도 많은 팀이다. 남기일 감독은 그런 상태를 “그래서 발전할 수 있는 게 남아 있다”고 받아들였다. “우리보다 강한 클래식 각 팀들을 상대로 배우는 게 많다. 매 경기 더 좋은 팀으로 가고 있다. 지금 광주는 발전하고 있다. 내가 할 일은 매 경기 그 발전의 크기를 키우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머리 속에는 이긴다가 아니라 어떻게 선수를 발전시킬까란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남기일 감독은 “결국 선수가 발전해야 팀이 발전한다. 내 틀에 맞춘 선수가 아니라 각자 개성이 있는 선수로 발전하게끔 섬세하게 돕고 싶다. 선수가 오히려 나의 스승이다. 그들의 발전을 보면서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며 왜 자신이 감독의 권력과 권한을 줄여가면서까지 선수의 눈높이에 팀 운영을 맞추는지를 설명했다.

젊은 감독답게 파격적인 패션과 유행하는 투블럭 헤어스타일에 갈색 염색을 하는 남기일 감독은 자신이 그러는 것도 선수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주고 싶어서라고 얘기했다. 그는 “나는 선수 시절에 우리 감독님이 멋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축구에만 매몰되지 말고 옷도 잘 입고, 스타일도 내는 여유가 있길 바랬다. 그런데 대부분 감독님들은 축구만 생각하고, 추리닝 차림에 배가 나온다. 감독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렇겠지만 원래 감독은 스트레스와 싸우는 직업이다. 그런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선수들에게 편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선수들은 감독을 보고 그 분위기를 따라간다. 나는 선수들에게 멋 좀 내라고 한다. 프로 선수 아닌가? 팬들에게 자기를 어필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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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전력 외 자원이었던 김호남은 이제 에이스가 됐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선수는 낙오자도 불량품도 아니다

광주에는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는 없다. 과거 이름을 떨쳤던 이종민은 큰 수술로 인해 제대로 선수 생활을 소화하지 못하다 광주에 와서 부활한 케이스다. 숨은 진주로 평가 받는 임선영, 김호남은 광주가 강등되기 전 팀의 주전으로 분류되지 못한 케이스였다. 최근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된 이찬동은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어린 선수다. 조용태, 정준연, 정호정, 안영규는 다른 팀에서 쓴 맛을 보고 광주로 온 케이스다. 여름, 김영빈, 제종현 등도 다른 팀이 전혀 욕심 내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뭉쳐 만든 광주라는 팀은 어떤 스타플레이어들이 뭉친 팀보다 좋은 경쟁력을 지녔다. 남기일 감독은 팀의 조직력으로 개인의 월등한 기량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이 팀에는 설움 받은 선수들이 많다. 나쁘게 얘기하면 다른 팀이었다면 방출 대상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개인마다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능력을 끌어내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주면 된다”며 각기 다른 모양의 퍼즐 조각을 맞춰 하나의 완성판을 내놓는 게 자신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광주 조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그런 남기일 감독의 소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임선영, 여름, 이찬동은 발군의 밸런스를 자랑한다. 이찬동은 테스트를 거쳐 선발한 선수였다. 눈보라 치는 겨울에 테스트를 받으러 왔던 이찬동은 당시 반팔 유니폼을 입고서 악착같이 하는 모습으로 남기일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다. 그런 강한 정신력과 싸움닭 기질은 포백 수비를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적합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주장 임선영이다. 원래 공격수였던 임선영은 프로에 와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여러 포지션을 봐야 했다. 남기일 감독이 주목한 임선영의 강점은 스프린트 능력이었다. 30미터에서 50미터의 긴 거리는 전력 질주로 달리며 공을 간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역습 전략에 적한 인재였다. 이찬동과 임선영을 연결해주는 여름은 2012년 광주에 입단했지만 그 해에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피지컬이 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주전에서 배제됐다. 남기일 감독은 여름이 지닌 뛰어난 축구센스와 지능을 피지컬 능력보다 우선시했다. 남기일 감독은 여름을 ‘짝퉁 이승기’라고 표현하다. 그 정도로 공을 차는 센스가 뛰어나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기가 죽어 있던 상태였다. 남기일 감독은 이찬동이 수비를 하면 임선영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최적임자로 여름을 낙점했다. 여름은 많은 영역을 커버하며 빌드업의 출발을 하는 중간고리 역할을 확실히 소화하고 있다. 장점을 극대화한 조합으로 단점을 극복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 케이스다.

임선영은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어느 한 군데 포지션을 계속 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 와서 계속 바뀌었다. 프로에 와서는 수비까지 봤다. 중앙 수비는 이전까지 서본 적이 없었고, 공격적인 성향이었기에 수비를 보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훈련부터 어려움을 겪었다”며 남기일 감독을 만나기 전 자신의 축구인생을 소개했다. 그런 자신의 공격적 성향을 남기일 감독이 인정을 해줬고 결국 임선영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름도 비슷한 얘기였다. 그는 “나는 포지션에 대한 정체성이 없었던 선수였다. 초등학교, 대학교, 프로에 왔을 때 매번 포지션이 달랐다. 어느 자리에 가도 기본은 하는데 아주 잘 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남기일 감독님이 코치 시절 그랬다. 내게서 무언가를 봤다고. 나는 내 무기가 뭔지, 장점도 뭔지 모르겠는데 감독님은 자기라면 나를 선발로 쓸 계획이 있다고 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감독대행이 되시고 중앙 미드필더를 맡겼다. 드디어 내 자리를 찾은 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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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특징이 살아 있는 총천역색 팀이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선수는 낙오자나 불량품이 아니다. 그런 딱지가 붙는 대부분의 경우는 감독이 세워놓은 틀 안에 자신을 맞추는 데 실패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 선수가 십수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개인의 색깔은 성인무대에 와서 감독이 요구하는 색에 맞춰지기 위해 총천연색에서 무채색이 된다. 하지만 광주는 개개인의 그 총천연색이 살아 있는 팀이다. 개성의 존중, 대화를 통한 감독과 선수의 이해, 그래서 퍼즐을 맞춰가는 이상적인 조직의 형태다. 여름은 자신의 장점을 처음으로 인정 받은 광주에 절대적인 애정을 보였다. 그 애정이 광주라는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솔직히 프로에서 첫 해 하다가 군대 다녀와서 실업팀을 알아봐야 하나 싶었다. 그 절망의 순간에 남기일 감독님이 잘하든, 못하든 계속 투입시켜줬다. 그러면서 나도 생각을 바꿨다. 내가 빛나기보다는 팀이 잘할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돕자. 팀원들에게 인정 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려고 한다. 공이 있는 쪽에 늘 나타나야 한다. 나는 최고의 조연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 주연이 빛나려면 조연이 있어야 한다. 선영이 형, 종민이 형 같은 선배들이 인정해 줄 때 가장 기쁘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라 프로 선수가 됐다.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가 선수에겐 최고의 행운이라 하는데 나는 지금 그 큰 운을 만났다. 지금이 처음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광주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김호남 역시 축구인생의 대반전을 쓴 케이스다. 창단 멤버로 광주에 합류한 김호남은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될 때까지 2년 간 단 3경기 밖에 뛰지 못한 전력 외 자원이었다. 그는 “자신감은 있었다. 남들과 같은 기회만 주어지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감독이 안 쓰면 그 선수는 사라진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팀이 강등되고 공격진의 좋은 선수들이 속속 떠나면서 김호남에겐 기회가 왔다. 여범규 전 감독, 그리고 남기일 감독이 김호남의 능력을 끌어냈다. 김호남 본인도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성실히 훈련과 경기에 임했다. 축구에 관해 유연하게 바뀐 생각도 김호남은 전력 외 자원에서 에이스로 바꾼 힘이었다.

“나는 늘 ‘급하다, 땅을 많이 본다, 일대일을 해야 할 타이밍과 패스를 줘야 할 타이밍을 놓친다’라는 얘길 들었다. 이전에는 왜 내가 그런 지적을 들어야 하는지 몰랐다.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려면 나부터 바꿔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일단 공을 받아서 드리블을 하는 타입이었는데 남기일 감독님이 공간을 파고 들어 그 스피드를 살리면 내 최고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러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눈길을 모은 김호남은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4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고 대전전에서는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골을 넣기도 했다. 그의 방 벽에는 2015년의 목표가 쓰여진 종이가 붙어 있다. 팀의 K리그 클래식 잔류, 국가대표 발탁, 32경기 이상 출전을 해 10골 5도움을 넣겠다는 목표다. 그 아래에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내 자신을 믿는다’라는 문구,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 등이 적혀 있다. 김호남은 “2년 전부터 저렇게 쓰니까 완전히 달성하진 못하더라도 거기에 근접했다. 꿈을 크게 잡아야 현실에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남이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면 그는 또 하나의 인간 승리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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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결과가 아닌 내용을 추구한다. 승점 1점이 급한 작은 팀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특급 선수는 없어도 특급 축구를 하자

남기일 감독은 말한다. “광주는 누구를 상대로든 광주의 축구를 해야 한다”고. 그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준비를 하면서 즐거운 축구를 꿈꿨다. 관중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축구, 운동장 안의 선수들이 즐겁게 경기를 하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축구였다. 즐거움은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그리고 그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프로의 생사를 좌우하는 승리를 외면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은 모두가 즐겁고, 내용을 만들어 가면 결과는 반드시 따라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K리그 경기를 보면 공은 계속 앞으로 간다. 선수들이 공을 갖고 앞으로 가야 하는데 공만 간다. 공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찬스가 난다.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결과를 내는 건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내용이라는 목표는 놓치고 싶지 않다. 다행히 작년부터 그 목표대로 되고 있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2가지 중 1가지만 가져오면 된다고 얘기한다. 결과냐 경기력이냐 하나만 택하라면 경기력이다. 작년에 경험했지만 내용이 좋아지면 결국 결과를 가져온다. 경기력에서 지고 결과를 가져오면 다음 경기에 바로 위기가 온다. 기대할 부분이 적다. 클래식으로 올라온 뒤 결과에 대한 부담은 더 커졌지만 그 부담을 선수들에게 떠넘기고 싶진 않다. 열심히 훈련한 게 아깝지 않게, 우리가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대가 잘해서 우리가 골을 먹는 건 괜찮다. 우리만큼 상대도 잘해야 보는 사람도 즐거워진다. 우리도 상대가 누구든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축구는 즐거워질 수 있다.”

남기일 감독은 자신을 니포 축구라는 범주 안에 가두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니폼니시 감독님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나의 축구는 내가 경험한 모든 지도자들의 영향 아래 있다. 그 안에서 내가 취할 것과 취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굳이 그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하재훈 현 프로축구연맹 경기감독관을 꼽는다. 선수생활 말미에 모두의 반대를 뿌리치고 프로에서의 은퇴가 아닌 실업팀 천안시청으로 간 것도 하재훈 감독이 지닌 감독으로서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여러 강사를 만나면서 남기일 감독은 자신의 틀과 원칙, 방법론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철학은 간단하다. 바로 ‘선수를 틀에 가두지 않는 것’, 측 창의적인 축구다. 선수의 창의성을 끌어내고 그것을 조직력으로 완성시킬 때 11명의 개인의 능력이 만든 축구보다 더 강한 결과물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팀을 맡았을 때 창의적인 걸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제발 훈련 전에 얘기를 할 때 뒷짐 쥐고 고개 숙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절대 그렇게 안 한다. 감독 눈치를 본다. 신인 선수들의 경우 아무리 편하게 해줘도 나를 무서워한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베인 거다. 이렇게 하라고 하면 선수들은 거기까지만 한다. 나는 전술의 틀을 만들어준다. 그 안에서는 선수들이 마음껏 노는 거다. 본인들이 응용을 하고, 맞다고 판단한 데로 해야 한다. 왜냐면 운동장 안의 상황은 늘 예상한 데로, 똑같이 흘러가지 않는다. 거기에선 본인이 맞게 생각하고 대처를 해야 한다. 그 과정은 누구도 터치하면 안 된다. 그 다음엔 결과를 놓고 경기 후에 같이 고민하는 거다. 작년에 힘들었던 게 그 부분이다. 상황이 바뀌면 풀어야 하는데 경험 많은 고참들도 그게 안 된다. 참 어렵다. 그래도 이제 이 팀의 선수들이 나를 알아가고, 이해를 해 준다. 감독님이 짜고 있는 전술은 틀에 불과하다는 걸. 나는 그 안의 행동의 선택에 대해선 선수들을 믿는다.”

전술적 고정관념도 과감히 파괴한다. 광주의 전술과 선수 기용에서 가장 신기한 점은 작은 센터백의 기용이다. 186cm의 안영규가 있지만 나머지 주전 센터백은 178cm의 정준연과 181cm의 김영빈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풀백도 185cm를 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센터백은 공중전,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취약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남기일 감독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를 뭘까?

“최대한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싶다. 어떻게든 공은 상대방 진영에서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라인을 올리니까 계속 뒷공간을 맞았다. 따라가면 좋은데, 신장이 클수록 스피드가 떨어지니 못 따라갔다. 또 공을 간수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센터백들은 볼 간수 능력이 떨어진다. 내가 원하는 센터백은 풀백까지 볼 수 있는 센터백이다. 센터백은 사이드 쪽으로 많이 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공을 잘 차고, 풀백까지 볼 수 있는 선수가 와야 하는 게 전술의 틀이다. 키가 작은 게 흠이긴 하다. 안영규가 오면서 조금 높아지긴 했다. 원래 안영규는 미드필더를 보던 선수다. 볼 간수 능력이 좋아 데려왔다.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을 풀어야 한다. 쉽게 공을 내주고 왔다 갔다 하면 우린 이기기 힘들다. 공을 간수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해 그에 맞는 전술을 짰다. 센터백 2명 중 1명은 작아도 빠른 선수였으면 한다. 그래서 정준연이 핵심이다. 정준연이 있어서 풀백인 이종민이 오버래핑을 나갈 수 있다. 정준연이 올 시즌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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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 감독은 피지컬 코치의 중요성을 인정해 2부 리그 시절부터 늘 브라질 출신 코치를 데려왔다 (사진=프로축구연맹)

광주가 양질의 축구를 할 수 있는 데는 남기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꾸준히 두고 있는 피지컬 코치의 역할도 크다. 2부 리그팀 ‘주제에’, 시민구단 ‘주제에’ 피지컬 코치를 쓰는 건 꽤 큰 저항을 받는다. 피지컬 코치는 대부분 외국인이고 그에 따른 동반 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K리그의 구성원 대부분은 피지컬 코치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남기일 감독이 피지컬 코치를 쓰는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잘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준비하면서 강사들로부터 피지컬 훈련의 중요성을 계속 들었다. 하지만 나나 다른 국내 코치들은 흉내내기 수준 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전문가를 데려오는 게 맞다.”

올해 광주는 전문가를 만났다. 새로 영입한 길레미 혼돈 코치는 브라질 출신으로 무수한 경험을 쌓았다. 남기일 감독은 “길레미 코치는 광주 전력의 50%다. 그의 얘기는 99% 믿는다”라고 말한다. 광주는 스쿼드가 얇다. 그나마도 선수단의 절반은 올해 새로 뽑은 신인이다. 남기일 감독이 즉시 전력감인 15명의 선수들과 실전 경험과 실력 향상이 필요한 신인 중심의 팀을 분리해 훈련할 정도다. 그래서 광주의 가장 큰 적은 부상이다. 주전 중 1~2명이 부상으로 빠지면 그 타격은 심각하다. 남기일 감독은 “피지컬 코치, 특히 올해 길레미 코치를 데려온 이유가 거기 있다. 그는 선수들의 상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스쿼드가 얇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회복하고 원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는 올 시즌 들어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쿨다운을 실시한다. 프로축구연맹과 홈팀의 허락을 받았다. 쿨다운은 경기 중 올라온 근육의 경직도와 혈관에 축적된 젖산을 배출해 피로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길레미 코치는 “쿨다운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단 10%의 컨디션 상승 효과만 내 줘도 광주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길레미 코치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는 기술과 전술보다 피지컬에 있다. 남기일 감독은 그걸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의 클럽축구가 점점 장기 레이스를 치르고 경기 수가 많아지며 휴식, 영상, 훈련의 조합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단지 워밍업을 시키는 코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감독이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 있게 함께 연출하는 사람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길레미 코치에게 장기적인 시각으로 팀을 운영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선수들의 성향, 성격이 다르듯 체지방량, 근육량, 운동습관도 다르다. 길레미 코치는 그걸 꾸준히 관찰하고 데이터화 해 관리하며 개인 별로 맞는 프로그램을 짠다.

그는 “경기에 나가려면 80% 이상의 피지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면 기술과 전술이 딸려도 기본적인 수행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직 광주는 큰 부상자는 없었다. 과연 그런 상황을 맞으면 어떤 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길레미 코치는 “어떻게 해도 선수는 부상을 입는다. 피지컬코치는 빨간불에서 빨리 녹색불로 바꿔줘야 한다. 계속 노란불이 들어오지 않게 돕는 게 내 임무다. 하루 쉬면 되는 걸 2~3주 동안 회복하게 만들지 않게 하는 게 피지컬코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광주는 선수층이 얇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 1-2경기는 정신력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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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강등 1순위라는 평가를 뒤집기 위한 도전을 하는 중이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작은 팀의 도전, 그들이 꿈꾸는 기적

K리그 클래식이 2015시즌을 시작할 당시 광주는 대부분의 전문가로부터 강등 1순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광주는 자신들이 강등 후보에 있을 팀은 아님을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기일 감독 역시 “그런 평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 강등을 걱정하면 선수들은 걱정이 커지고 자기 플레이가 안 나온다. 나는 6강에 들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그리고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겠다고 했다. 그게 우스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구에서 도전의 기회는 아무나 쥐는 것이 아니다. 광주는 쉽지 않은 승격을 이뤄냈다. 그런 어려움도 뚫은 만큼 더 큰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게 남기일 감독의 의지였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 뭉치면 정말 힘이 커질 수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나는 내년에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생각이니까 우리 3년 정도 미래를 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 도전 의식 없이, 이번 경기엔 비기겠다는 생각으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다고 강등을 피할 수 있을까? 상대가 전북이니까 움츠려서 역습을 한다? 그러면 선수들 실력도 안 늘고 발전도 없다. 팀도 결국 떨어진다. 광주는 개인으로 따지면 약하다. 하지만 팀은 강하다. 미팅을 하면서 선수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걸 선수들이 느껴줘서 고맙다.”

지난주 울산과의 4라운드를 앞두고 이종민, 임선영, 김호남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은 남기일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들은 3라운드까지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뛰어난 팀은 아니었기에 자신들이 성과를 낸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울산, 전북 등 강팀과의 경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남기일 감독은 그런 걱정과 고민에 대해 오히려 고마워했다.

“선수들이 와서 걱정을 했다. 우리가 초반에 3경기서 2승 1무를 했지만 울산, 전북과 경기하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나도 안 하는 건 아니다. 시즌 전부터 걱정한 문제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도 고마웠던 건 선수들이 팀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거다. 감독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도 이 팀을 사랑하고, 지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렵게 올라왔으니까 쉽게 내려가지 않으려고 한다. 1~2경기 잘못된다고 문제는 없다. 30경기가 남았다. 천천히 가자고 했다."-남기일 감독

“감독님과 면담을 하면서 우리의 걱정이 좋은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신반의했던 걸 3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충분히 얻었다. 작년에 K리그 챌린지에서 9위까지 떨어졌던 멤버들이 지금도 그대로 있다. 1경기 지거나, 3경기 잘 한다고 해서 크게 동요되거나 들뜨진 않을 거 같다.”-김호남

“이제 선수들이 다 이기려고 준비한다. 각자 방에서 상대팀 영상을 보고 있다. 식사하면서 그거 봤냐고 하고. 이길 수 있겠다고 얘기한다. 우리의 가장 큰 힘은 잃을 게 없다는 마음가짐이다. 반면 다시는 2부로 가기는 싫다는 간절함이 있다. 그게 원동력이 되는 거 같다.“-임선영

“신기한 팀이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벤치에 앉은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관중석이나 숙소에 남은 선수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려고 한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끼리 쓰는 단체 채팅방은 난리가 난다.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이 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준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가슴 아프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음을 아는 거다. 정말 지금 이 팀이 모두를 위한다는 증거다.”-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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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전북이 그랬듯이 2015년은 광주에게 명문클럽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지도 모른다 (사진=프로축구연맹)

광주FC는 지금까지 황금기를 맞은 적이 없다. 2012년 시즌 초반의 반짝 상승세, 2014년 승격 과정에서의 놀라운 약진은 진정한 황금기가 아닌 짧은 돌풍이었다. 연고지의 축구 열기는 타종목에 밀려 있다. 팀 내부 사정은 늘 흔들린다. 선수들에게 들리는 뉴스는 팀 재정 부족, 수뇌부 교체 등 썩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은 승격이라는 희망의 결과를 썼고 지금 1부 리그에 와 있다. 지난해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자신감은 이제 ‘언젠가는 광주FC도 명문팀이 되어야 한다’라는 새로운 목표의식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초반 광주의 돌풍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아직은 확실한 인정보다는 놀라움, 측은함, 동정 정도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팀의 도전은 이제 사라져 가는 축구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 주말 자타공인 K리그 클래식 최강 전력이라는 전북을 만나는 광주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현재를 지키기보다 더 큰 것을 잡기 위해 도전하는 작은 팀 광주FC의 도전을 주목한다.

목포=서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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